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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거미줄이 강철보다 강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손으로 툭 건드리면 끊어지는 게 거미줄인데, 강철보다 강하다니요. 그런데 제가 산길을 걷다가 얼굴에 거미줄이 걸렸을 때 이상하게도 한 번에 잘 끊어지지 않고 끈적하게 버티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작은 경험 하나가 이 주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거미줄 강도 비교, 왜 두께 기준으로 봐야 하는가
우리가 흔히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크고 무겁습니다. 강철 케이블, 콘크리트 기둥처럼요. 그런데 거미줄은 그 반대입니다. 직경이 0.003mm에 불과한데, 이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정도입니다. 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죠.
여기서 핵심은 인장강도(tensile strength)라는 개념입니다. 인장강도란 재료가 끊어지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최대 하중을 단면적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굵기일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무게를 버티는가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이 기준으로 비교하면 거미줄의 유도사(dragline silk)가 강철을 압도합니다. 유도사란 거미가 이동하거나 거미집의 뼈대를 구성할 때 사용하는 가장 질기고 강한 종류의 거미줄로, 방사샘(silk gland)에서 액체 상태로 만들어져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고체 섬유로 변환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실험에서는 250가닥을 묶은 거미줄 다발과 동일한 직경의 강철 와이어를 나란히 매달고 무게추를 추가해 가며 비교했는데, 강철은 약 450g 근처에서 먼저 끊어진 반면 거미줄은 그 이후로도 계속 무게를 버텼습니다. 최종적으로 거미줄은 강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하중을 견뎠습니다.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을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습니다.
거미줄의 강도 비교에서 기억해두면 좋은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거미줄의 인장강도는 같은 직경의 강철 대비 약 2배 이상 높음
- 거미줄은 강할 뿐만 아니라 신축성도 뛰어나 충격 흡수에 유리함
- 거미집에는 유도사, 나선사 등 기능이 다른 7종류의 거미줄이 사용됨
생체모방 소재로서 거미줄의 가능성
생체모방(biomimicry)이란 자연에서 발견된 구조나 원리를 인공 소재나 기술에 응용하는 분야입니다. 거미줄은 그중에서도 연구자들이 수십 년간 주목해 온 대표적인 소재입니다. 강도뿐 아니라 가볍고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합성섬유와 차별화됩니다.
저는 평소에 강하고 좋은 소재라고 하면 무조건 화학 공정에서 만들어진 합성물을 떠올렸는데, 거미줄 이야기를 보면서 그 생각이 꽤 좁았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최적화한 구조를 인간이 겨우 따라잡기 시작한 단계라는 게 실감 났습니다.
문제는 대량 생산입니다. 누에는 6천 년 전부터 인간이 길러온 역사가 있지만, 거미는 영역 다툼과 공격성 때문에 같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누에 한 고치에서 비단실이 최대 1,000m 가까이 나오는 것과 달리, 거미는 그 생산성을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거미줄의 뛰어난 물성은 실험실 안에만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이식 기술로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전자재조합(recombinant DNA) 기술입니다. 유전자재조합이란 한 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DNA에 삽입해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실제로 거미줄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피브로인(fibroin) 유전자를 염소의 DNA에 삽입하는 방식이 시도됐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거미 염소(spider goat)는 외형은 평범한 염소와 구별되지 않지만, 젖 속에 거미줄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젖에서 원심분리를 통해 유장을 추출하고, 거미줄 단백질만 분리한 뒤 특수 압출 공정을 거쳐 섬유로 뽑아냅니다. 솔직히 제가 이 과정을 처음 들었을 때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염소젖에서 거미줄이 나온다는 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거든요.
더 나아가 누에에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식도 연구됐습니다. 유전자이식 누에는 고치를 지을 때 견사(silk fiber)의 약 25%가 거미줄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견사란 누에가 번데기로 변할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단백질 섬유입니다. 이 방식은 6천 년의 양잠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36,000가닥의 섬유로 만든 밧줄 한 가닥이 136kg의 하중을 견디는 결과가 측정됐습니다. 같은 무게 대비 강철 밧줄과 비교하면 약 다섯 배 이상 강한 수준입니다(출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기술 발전의 가능성과 우리가 놓치기 쉬운 시선
거미줄 소재는 방탄 소재, 의료용 봉합사, 초경량 에어백, 우주 항공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방탄 소재 분야에서는 동일한 방호 수준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한편으로 불편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염소와 누에에 외래 유전자를 이식해 생산 도구처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마냥 감탄만 할 수는 없었거든요. 과학 발전이 인류에게 이익을 준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체를 수단으로만 다루는 접근에는 조심스러운 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과 자연을 착취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 선이 있을 것이고, 그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기술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이 주제가 저에게 남긴 건 "강하다는 기준"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하던 강함은 두껍고 무거운 것이었는데, 거미줄은 그 반대편에서 훨씬 효율적인 강도를 보여줬습니다. 사람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과한 비약일까요.
거미줄이 강철보다 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팩트입니다. 그리고 생명공학 기술이 그 소재를 대량 생산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에 산길을 걷다 얼굴에 거미줄이 걸린다면, 예전처럼 불쾌하다고 바로 떼어내기보다는 잠깐 멈춰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가느다란 실 안에 뭔가 대단한 것이 들어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 혹시 생체모방 소재나 유전자재조합 기술에 관심이 생겼다면, 관련 기관의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5-Bb7MSPgo&list=PLKjlFOzVx8griZEm-AdMASX66r2NnSVb8&index=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