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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이 강에만 산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남 통영 어촌마을 선착장에서 수달이 배에 올라 장어를 훔쳐 먹고, 양식장 우럭을 사냥해 가는 장면을 접하고 나서 그 상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수달이 바다에 살고 있고, 어민들의 생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바다 수달 사진
    바다 수달 사진

    밤 선착장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예전에 통영 쪽 어촌마을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낮에는 그물을 손보고 배를 정비하는 평범한 생활공간으로 보였던 선착장이, 밤이 되자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양이가 나오고, 물고기 비린내를 따라 크고 작은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수달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그 밤 선착장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수달은 주행성이 아니라 야행성에 가깝습니다. 새벽 2시, 정박한 배 주변을 탐색하던 수달은 선체 보호용 스티로폼을 발판 삼아 배 위로 올라갑니다. 선실을 점검하고, 물고기 창고에서 장어를 꺼내 먹고, 어부들이 쓰는 대형 천에 몸을 비벼 털을 말립니다. 여기서 수달이 몸을 비비는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달의 털은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 공기층이 체온을 유지해 주는데, 물에 젖은 채로 두면 그 보온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동물입니다. 여기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란, 자연적·인위적 위협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가까운 시일 내에 절멸할 위험이 매우 높은 종을 의미합니다(출처: 국립생태원). 보호해야 할 동물이라는 건 분명한데, 배 위에 매일 배설물을 남기는 수달을 어민들이 마냥 반길 수 없다는 것도 당연한 현실입니다.

    • 수달은 야행성 습성을 가지며 밀물 때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물고기를 노립니다
    • 배 위에서 먹이를 먹은 뒤 항문 분비 점액질과 배설물로 영역 표시를 남깁니다
    • 어민들은 매일 아침 이 배설물을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요약: 통영 선착장의 밤은 수달의 영역이며, 어민들은 매일 배설물 청소라는 현실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습니다.

     

    양식장 피해, 귀여운 동물이라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수달이 양식장에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끔 한 마리 잡아먹는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어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수달은 하루에 1kg 이상을 먹는 대식가입니다. 그것도 좋아하는 부위, 즉 내장만 골라 먹고 나머지는 버립니다. 얼음 팔뚝만 한 우럭을 사냥해 내장만 빼먹고 나면, 어민 입장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폐기물만 남는 셈입니다.

    가두리 양식장이란, 바다 위에 그물을 설치해 물고기를 가두어 키우는 해상 양식 방식입니다. 수달은 물때를 파악해 그물이 물 밖으로 드러날 때를 노려 양식장에 침입합니다. 이미 이 공간이 먹이를 얻기 쉬운 장소라는 것을 학습한 것입니다. 수달 가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미는 잡은 물고기를 새끼에게 나눠주지 않습니다. 독립생활을 앞둔 새끼가 스스로 사냥법을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저는 단순히 '피해를 주는 동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논리로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남·전남에 걸친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는 리아스식 해안으로 발달해 있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이란, 육지가 침강하거나 해수면이 상승해 하천의 계곡이 바다에 잠기면서 형성된 복잡한 해안선을 말합니다. 이 지형이 만들어낸 수많은 섬과 암초는 물고기의 서식처가 되고, 수달에게는 최적의 사냥터가 됩니다(출처: 한려해상국립공원). 남해에 가장 많은 수달이 서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요약: 수달은 하루 1kg 이상을 먹는 대식가로, 가두리 양식장에 반복 침입해 내장만 먹는 습성이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경제 피해를 줍니다.

     

    죽이거나 쫓아내는 것 말고, 공존의 방법을 찾다

    이 문제를 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자연 보호와 생계 피해 사이의 갈등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수달은 보호해야 하는 멸종위기종이지만, 어민에게는 매일 피해를 주는 현실적인 골칫거리입니다. 보호만 강조하면 현장 사람들의 고통이 가려지고, 피해만 부각하면 수달이 살아갈 공간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어민들이 찾아낸 방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두리 위에 그물을 치거나, 양식장에 개를 풀어두는 방식입니다. 수달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경계심이 강합니다. 낯선 존재가 있으면 그 장소 자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합니다. 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달 가족이 양식장을 떠나는 모습이 실제로 포착됐습니다. 개체를 죽이거나 포획하지 않아도, 행동 생태학적 특성을 이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수달이 바다에 머물기 위해선 민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달은 바닷물을 마시지 않고, 선착장 배수구를 타고 상류 웅덩이까지 올라가 민물을 마십니다. 배수구는 단순한 하수 시설이 아니라, 수달이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생태 통로 역할을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실은 어민들도, 그리고 저도 전혀 모르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선착장이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 수달에게도 먹이터이자 쉼터이자 식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공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쉬운 점은 이런 부담을 어민 개인에게만 맡긴다는 것입니다. 멸종위기종 보호가 사회 전체의 과제라면, 그물 설치 비용 지원이나 피해 보상 제도도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수달이 남해로 온 건 거기에 먹이가 있기 때문이고, 그 환경 변화에 사람도 제도도 함께 적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약: 어민들이 그물 설치와 개 활용으로 찾아낸 공존 방법은 효과적이지만, 피해 보상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달이 강이 아닌 바다에서도 살 수 있나요?

    A. 네, 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유라시안 수달은 민물과 바닷물 양쪽에서 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바닷물은 마시지 않아서, 선착장 배수구나 하천을 통해 민물을 따로 섭취해야 합니다. 바다에 사는 해달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달은 캄차카·알래스카 지역에만 서식하는 별개의 종입니다.

     

    Q. 수달이 양식장 피해를 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수달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라 포획하거나 쫓아내는 행위가 법적으로 제한됩니다. 현장에서 효과를 본 방법은 가두리 위에 그물을 추가로 설치하거나, 양식장 인근에 개를 두어 수달이 접근을 꺼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수달은 경계심이 강해 위협 요소가 있으면 스스로 장소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수달이 배 위에 올라가는 이유가 뭔가요?

    A. 물고기 비린내를 맡고 먹이를 찾아 올라가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런데 먹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식사를 마친 후 배설물과 항문 근처 분비 점액질을 남겨 자신의 영역을 표시합니다. 선착장에는 배가 자주 드나들어 흔적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달은 새로운 배가 들어올 때마다 반복해서 영역 표시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수달끼리 싸우기도 하나요?

    A. 그렇습니다. 수달은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단독 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번식기를 제외하면 다른 개체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강합니다. 영역에 침입한 수달이 있으면 물속에서도 격렬하게 싸우며, 목을 무는 방식으로 30분 가까이 싸움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패배한 쪽은 해당 구역을 완전히 포기합니다.

     

    결론

    통영 선착장에서 밤에 마주쳤던 그 낯선 분위기가, 수달 이야기를 알고 나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그냥 신기한 밤 풍경으로만 봤지만, 어민들에게 그 선착장의 밤은 내일 아침 청소해야 할 배설물과 줄어든 양식 물고기를 뜻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수달이 바다로 온 건 선택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풍부한 먹이와 갯바위 서식지가 남해로 수달을 불러들였고, 수달은 그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찾아낸 그물·개 활용 공존법은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지만, 제도적 피해 보상 없이는 현장 어민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이 돌아갑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비용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영이나 남해 쪽 어촌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밤 선착장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생명이 그 공간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msCsRpMU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