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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가 화면에 나오기만 해도 긴장부터 되셨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족관 유리 너머로 마주한 백상아리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신중했습니다. 그 순간 들었던 의문 하나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우리가 상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 과연 사실일까요?

편견은 어디서 왔을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상어를 이해한 적이 없었습니다. 영화와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공격 장면이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버렸던 거죠. 아이가 "상어가 사람 잡아먹어?"라고 물었을 때 "위험하긴 하지"라고만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기댄 말이었습니다.
국제 상어 공격 정보(ISAF)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백상아리로 인한 사망자는 약 80명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번개에 맞아 숨진 사람의 수와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극히 낮은 수치죠(출처: 국제상어공격정보 ISAF). 공포감이 실제 위험을 크게 부풀려 왔다는 뜻입니다.
상어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구조는 사실 단순합니다. 모르는 대상을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이 반복 노출로 굳어지면 사실로 착각하게 됩니다. 상어가 그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영화 속 상어는 목적을 가진 악당처럼 묘사되지만, 실제 상어는 자기 서식지에서 살아가는 포식자입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감각기관으로 보는 백상아리의 실체
백상아리가 무섭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냄새만 맡아도 달려온다"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수영장 물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맡을 수 있다는 주장이죠. 저도 이게 사실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조금 다릅니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의 물 용량 기준으로 계산하면, 피 한 방울은 500억 개의 물 분자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수중 후각 연구자들은 이 정도로 희석된 농도로는 냄새 연무(odor plume)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여기서 냄새 연무란, 물속에서 냄새 물질이 퍼져 나가면서 생기는 농도 구배 구역을 말합니다. 상어는 이 연무를 따라 방향을 잡기 때문에, 연무 자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위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백상아리의 실제 사냥 방식은 훨씬 정교합니다. 핵심 감각기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콧구멍(비공): 간격이 넓게 벌어져 있어 양쪽에 도달하는 냄새 농도 차이로 방향을 추적합니다.
- 측선기관(lateral line): 물의 미세한 흐름과 진동을 감지하는 기관입니다. 먹잇감이 헤엄친 뒤 남기는 교란된 물결을 감지해 위치를 좁혀갑니다.
- 로렌치니 팽대부(ampullae of Lorenzini): 전기수용기(electroreceptor)라고도 불립니다. 살아있는 생물이 방출하는 극히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해 마지막 접근 단계에서 작동합니다.
여기서 전기수용기란, 생물의 근육 수축이나 심장 박동에서 발생하는 미약한 전기 신호를 감지하는 특수 감각 세포를 말합니다. 상어는 이 기관 덕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혼탁한 물속에서도 먹잇감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냄새 하나만으로 사람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후각·측선·전기수용까지 복합적으로 작동한 뒤에야 공격이 이루어집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공포보다 경이로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포식행동이 말해주는 것
상어가 사람을 먹잇감으로 노리지 않는다는 주장은 도발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포식행동(predatory behavior)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포식행동이란 포식자가 먹잇감을 선택하고 공격하는 일련의 행동 양식을 가리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턴 케이프 지역은 케이프 물개(Cape fur seal)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백상아리는 이 지역에서 매년 특정 계절에 어린 물개를 집중적으로 사냥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소형 먹잇감을 잡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고속으로 치고 올라오는 브리칭(breaching) 공격 방식까지 발달시켰습니다. 여기서 브리칭이란 수면 위로 몸을 완전히 솟구치는 도약 공격을 말하며, 기습 효과와 충격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반면 사람은 이 에너지 효율 계산에서 벗어납니다. 제가 경험에서 느꼈던 것처럼, 수족관의 백상아리는 사람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상어 연구자들에 따르면 백상아리는 접근 직전 마지막 50cm에서도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수용기로 감지한 신호가 기대한 먹잇감과 다르다고 판단하면 공격을 중단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상어가 안전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이 내용을 보면서 가장 경계했던 부분도 여기입니다. 오해를 풀었다는 것과 위험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물개 사냥이 집중되는 구역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상어 입장에서 오인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 각지의 상어 개체수는 남획으로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상어 종의 30% 이상이 멸종위기 상태입니다(출처: IUCN 적색목록). 이처럼 상어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상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공포감보다 먼저 데이터를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상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위험의 맥락을 이해하자는 겁니다. 그 이해가 쌓이면 막연한 두려움 대신 상어의 서식지와 습성에 대한 존중으로 바뀝니다. 저는 그게 더 실질적인 안전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어에 대한 편견이 있으셨다면, 오늘부터 정보 하나씩 바꿔가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YtI84FN-0k&list=PLKjlFOzVx8griZEm-AdMASX66r2NnSVb8&index=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