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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압이 높으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아이가 "물고기가 진짜 사람을 감전시킬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위험하긴 하지"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게 맞는 대답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따져보니 전압이 아니라 전류가 핵심이었고, 거기서부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생물전기: 식물도, 동물도, 전기로 말한다
전기뱀장어 이야기를 하려면 사실 한 발 더 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생명체가 전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낯선 분들도 많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생물전기(bioelectricity)란 세포막 안팎의 이온 농도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뇌에서 근육으로 "움직여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도,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것도 모두 이 생물전기 덕분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세포 수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더 놀라운 건 식물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스위스 과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보면, 미모사 같은 예민한 식물은 잎을 건드릴 때 세포 사이로 전기 신호가 이동하면서 잎 전체가 움직입니다. 이때 전기 신호는 세포가 일렬로 배열된 경로를 따라 흐르는데, 한 세포의 전류가 이웃 세포에 영향을 주면서 식물 전체로 퍼집니다. 식물이 시들어 작아지는 것도 전기 신호로 촉발된 방어 반응, 즉 음패(thigmonasty) 현상입니다. 음패란 외부 자극에 반응해 형태를 바꾸는 식물의 운동으로, 포식자의 눈에 덜 띄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보면서 가장 신선했던 건, 전기를 배터리나 콘센트로만 생각해 왔던 제 고정관념이 무너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생명 자체가 전기로 움직인다는 감각이 생긴 거죠. 스위스 연구진은 식물의 전기 신호를 형광 이미징으로 시각화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출처: 스위스 국립과학재단 SNSF).
전류가 진짜 위험이다: 703V를 맞고도 살아남는 이유
전기뱀장어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수백 볼트면 당연히 죽지 않나"라고 생각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아이에게도 그런 뉘앙스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전압(voltage)과 전류(ampere)의 차이를 모르면 나오는 오해입니다.
전압이란 전기의 세기, 즉 전위차를 뜻합니다. 물로 비유하면 낙차의 높이 같은 것입니다. 반면 전류란 실제로 흐르는 전하의 양, 쉽게 말해 물살의 세기입니다.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전압이 아니라 전류입니다. 의학적으로 0.1암페어 이상의 전류가 심장을 통과하면 심실세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 직업안전보건청 OSHA).
남아메리카 아마존에서 실제로 잡은 전기뱀장어를 측정했더니 703V, 1암페어가 기록됐습니다. 수치만 보면 충분히 치명적입니다. 그런데 전기뱀장어의 전기 방출 방식은 교류(AC)가 아닌 짧은 펄스(pulse), 즉 파동 형태입니다. 각 파동은 수 밀리초 단위로 끊어지고, 지속적인 전류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심장 마비를 일으키기는 어렵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전기뱀장어를 모델로 볼타가 배터리를 발명한 이유도 납득이 됩니다.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는 아연과 구리판을 소금물에 적신 판지로 분리해 겹쳐 쌓으면 전위차가 누적되어 전압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볼타 전지(voltaic pile)의 원리인데, 이는 전기뱀장어의 전기 기관에서 이온 농도 차이가 직렬로 쌓이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같습니다.
전기뱀장어가 테이저 총과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기뱀장어: 최대 860V, 1암페어 수준, 짧은 펄스 파동
- 테이저 총: 약 1,200V, 약 0.0012암페어, 5초간 지속
- 위험의 핵심: 전압이 아닌 전류의 크기와 지속 시간
테이저 총은 전압은 더 높지만 전류가 극히 작아서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반면 전기뱀장어는 전류가 더 크고 파동이 반복됩니다. 단순 수치보다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 제가 평소 안전 관련 일을 하면서도 새삼 실감한 부분이었습니다.
신경근육무력화: 간접 사망의 진짜 경로
그렇다면 전기뱀장어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이 부분에서 시각이 나뉜다고 봅니다.
"직접 감전사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물속이라는 환경에서는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이 현실적으로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신경근육무력화(neuromuscular incapacitation)란 전기 자극이 신경과 근육의 신호 체계를 교란시켜 의도적인 근육 제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전기가 들어오는 순간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굳거나 꺾인다는 뜻입니다. 테이저 총실험에서 0.0012암페어만으로도 사람이 완전히 쓰러지는 것을 봤을 때, 전기뱀장어의 전류가 가하는 충격이 얼마나 강할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문제는 물속이라는 환경입니다. 신체가 순간적으로 마비되면 수영 능력을 잃고, 익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위가 있다면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고, 빠른 물살이 있다면 떠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전기뱀장어가 직접 전기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마비라는 결과가 2차 사고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현장에서 안전 리스크를 볼 때도 눈앞의 직접적인 원인만이 아니라 그것이 이어지는 연쇄 결과까지 봐야 한다는 것, 그 생각이 여기서도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생리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가 개구리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근육을 움직인 실험도 같은 원리입니다. 전기가 생명의 작동 원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 외부에서 그 신호를 건드리면 몸이 반응한다는 것을 처음 체계적으로 보여준 연구였습니다.
전기뱀장어가 직접 사람을 죽이느냐는 질문에 "예"도 "아니오"도 정확한 답이 아닙니다. 파동의 구조 때문에 직접 감전사는 어렵지만, 물속에서 신경근육무력화가 일어나면 익사나 외상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진실은 항상 조건 안에 있습니다. 아이에게 "위험하긴 하지"라고 얼버무렸던 그날로 돌아간다면, 이번엔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죽일 수는 있는데, 방식이 좀 복잡해." 위험을 단순하게 보지 않는 것, 어른이 먼저 연습해야 할 태도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nKdPF2IdDQ&list=PLKjlFOzVx8griZEm-AdMASX66r2NnSVb8&index=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