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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 취업 준비해 본 사람한테 진짜 통할까요? 저는 주변에서 취업 준비를 가장 오래 했던 친구를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그 시간은 단순히 공부가 부족해서 늘어난 게 아니었습니다. 준비를 못 한 게 아니라, 애초에 출발선이 달랐던 겁니다.

    취업 관련 사진
    취업 관련 사진

    지방 정보격차,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업 준비는 개인의 스펙과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친구가 살던 곳은 도서관도 변변치 않은 소도시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는 찾을 수 있다지만, 현장 채용설명회나 면접 스터디는 부산이나 창원 같은 대도시로 직접 나가야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동비와 시간이 한 번에 나가는 구조였죠.

    여기서 정보 접근성이란 단순히 인터넷 검색 능력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기출 정보, 면접 분위기, 업계 트렌드 같은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정보 획득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취준생들은 스터디 모임 하나만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취업 동아리, 선배 네트워크, 현직자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데, 지방에서는 그 진입 자체가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고용노동부 청년패널조사(YP2007)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청년과 비수도권 거주 청년 간 취업 소요 기간에는 평균 2개월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이건 개인 역량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수치입니다.

    지방에서 취업을 준비한다는 건 다음과 같은 장벽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채용설명회 참석을 위한 추가 교통비와 숙박비 발생
    • 면접 스터디 구성 자체가 어려워 혼자 준비하는 경우가 많음
    • 현직자 네트워킹이나 업계 정보 공유 커뮤니티 접근이 제한적
    • 도서관, 스터디 카페 등 집중 학습 공간 부족

    친구가 기숙사 형태의 고시원에 들어가 연락처까지 지우고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한 건,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쟁이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선택이었습니다.

    취준 비용, 아무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취업 준비에 드는 실제 비용을 솔직히 따져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친구 상황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그 규모를 실감했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 원짜리 고시원, 여기에 생활비가 30~40만 원 정도 추가됩니다. 그나마 식비를 아끼려고 직접 해먹고, 나가는 돈은 자격증 응시료와 책값이 전부일 정도로 아꼈습니다.

    공채(公採), 즉 공개채용이란 기업이 정기적으로 일정 규모의 지원자를 동시에 선발하는 방식으로, NCS 기반 직업기초능력평가나 인·적성 검사를 포함하는 필기전형이 핵심 관문입니다. 여기서 NCS란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의 약자로, 직무별로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을 국가가 표준화한 체계입니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시중에 나온 문제집만 수십 권이고, 유료 강의 수강료까지 합산하면 시즌마다 수십만 원씩 지출이 발생합니다.

    항공사 취준을 하던 한 사례에서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헤어 15만 원, 메이크업 10만 원, 프로필 사진 촬영비까지 합산하니 패키지 비용만 10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합니다. 모아둔 돈을 다 썼는데 최종에서 탈락했을 때의 허탈함은 금전적 손실과 심리적 충격이 동시에 오는 이중 타격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취업 준비가 이 정도의 투자를 요구하는 활동이라는 걸 사회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청년층(15~29세) 실업자 수는 30만 명을 웃돌며, 체감 실업률(확장실업률)은 20%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출처: 통계청).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까지 개인이 전부 떠안는 구조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자존감, 취준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용히 무너집니다

    제가 직접 옆에서 봤는데,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스펙이 아니라 자존감이었습니다. 상반기 시즌이 넘어가고, 하반기도 지나가고, 다시 상반기가 돌아오면서 시간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 사이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해서 직함이 생겼는데, 본인은 여전히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란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뜻합니다. 반복 탈락 경험은 이 자기 효능감을 직접적으로 갉아먹습니다. "이번엔 될 것 같다"는 기대가 매번 무너지면, 어느 순간 지원서를 쓰는 것 자체가 두려워집니다.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이나 후배를 만나면 내가 아직 취업 못 했다는 걸 알까 봐 불편하다"고요.

    졸업 유예를 선택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졸업 유예란 학점이나 논문 요건을 갖췄음에도 졸업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제도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함으로써 공백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전략입니다. 사기업은 취업 공백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학기에서 두 학기 정도 유예를 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꼼수가 아니라 불합리한 채용 문화에 대한 방어 기제에 가깝습니다.

    반면 농업이나 미용처럼 자기 길을 일찍 정한 사람들을 보면, 타이틀의 화려함보다 꾸준함이 결국 더 단단한 삶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버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삶을 찾는 것"이 결국 핵심이라는 생각은, 이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취업 준비는 노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노력이 공정하게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회가 좁아지는 구조는 계속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지금 취준 중이라면, 지쳐가는 게 당신이 못나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조를 보는 시선을 갖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GHoP8klfy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