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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카피바라가 정말 세상 모든 동물과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악어 등 위에 올라탄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싶었고, 이 동물이 그냥 타고난 평화주의자라고 단정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동물원에서 가까이서 만나고 나서야 제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악어와 찍힌 사진, 진짜 친구일까요
인터넷에서 카피바라가 유명해진 결정적인 장면은 아마 카이만 위에 올라탄 영상일 겁니다. 여기서 카이만(Caiman)이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악어의 일종으로, 다 자란 개체는 몸무게가 400kg을 훌쩍 넘습니다. 카피바라 암컷 한 마리가 보통 80~90kg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카이만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냥감입니다.
제가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는 그냥 신기하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어떻게 저게 친구가 됐지?" 정도. 그런데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실제 자연계에서는 포식자가 배가 부르거나 사냥 의지가 없는 순간이 우연히 카메라에 잡혔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합니다. 영상 하나만 보고 두 동물이 사이좋다고 결론 내렸던 제 판단이 좀 부끄럽더군요.
또 하나 흥미로운 설명이 있었는데, 영상 속 카피바라가 어린 개체일 경우 무모함과 경험 부족이라는 두 가지 특성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체였다면 본능적으로 피했을 상황을 어린 개체는 위험인지 못 하고 그냥 다가갔을 수 있다는 거죠. 귀여운 장면 뒤에 이런 맥락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 카이만은 최대 450kg에 달하는 대형 파충류로, 카피바라의 실제 천적에 해당합니다
- 악어와 함께 찍힌 영상은 포식자가 비활성 상태이거나 어린 카피바라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순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자연계에서 '친하다'는 개념보다 '서로 공격하지 않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친화력 갑처럼 보이는 이유, 생태가 답이었습니다
동물원에서 카피바라를 처음 가까이서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진에서는 그냥 커다란 기니피그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웬만한 대형견보다 훨씬 컸습니다. 물가 근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너무 느긋해 보여서 성격이 정말 태평하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카피바라 같은 초식동물은 에너지 절약이 생존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에너지 절약이란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해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을 줄이고 체력을 비축하는 행동 전략을 의미합니다.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가만히 있고, 육지에서 천적이 나타나면 발에 있는 물갈퀴를 이용해 재빨리 물속으로 도망치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합니다. 사실 원래는 겁도 많아서 야생에서 사람을 만나면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새나 거북이가 카피바라 등에 올라타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는 카피바라 털 속의 기생충이나 죽은 각질을 먹기 위해 올라타고, 거북이는 그냥 움직이지 않는 바위처럼 활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공생 관계(Symbiosis)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서로 감정적으로 친한 것이 아니라 각자 필요한 것을 얻는 실리적 관계라는 뜻입니다. 이 설명이 저에게는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자연계에서 '친하다'는 건 인간이 만들어낸 감정적 해석에 가까울 수 있다는 거죠.
카피바라가 인터넷에서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이유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뭘 올려도 가만히 있고, 표정도 무덤덤하고, 그냥 자기 페이스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동물이 일종의 이상향처럼 소비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카피바라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설치류(Rodentia)로 분류되는데, 설치류란 앞니가 지속적으로 자라는 포유류의 한 분류를 말하며 쥐, 다람쥐, 비버 등이 이에 속합니다(출처: IUCN 적색목록).
반려동물로 키우면 안 되는 이유
SNS에서 카피바라를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글을 꽤 많이 봤습니다. 귀여운 사진 한 장에 반해서 충동적으로 알아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동물원에서 실제로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카피바라는 암컷 기준 60~90kg, 수컷도 최대 60kg 이상 나가는 대형동물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말 그대로 성인 남성과 맞먹는 무게입니다. 게다가 이 동물은 수서동물(Semiaquatic Animal)의 특성을 가집니다. 여기서 수서동물이란 육지와 물 양쪽에서 생활하는 동물을 의미하는데, 카피바라는 발에 물갈퀴가 있고 물속에서 배변하는 경우도 많아 수영 가능한 공간 확보가 필수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이 조건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카피바라는 속털이 없는 구조라 겨울철 체온 유지에 매우 취약합니다. 남아메리카의 아열대 기후에 최적화된 동물을 한국의 겨울에 키운다면 그 자체가 동물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 관점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데, 동물복지란 동물이 자신의 본래 습성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출처: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데려왔다가 감당하지 못해 방치되는 사례가 희귀 동물일수록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카피바라는 영상으로만 만나는 게 이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옳은 방식이라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피바라는 진짜 온순한 동물인가요?
A. 기본적으로는 초식동물이라 공격성이 낮은 편이지만, 원래는 겁이 많아 야생에서 사람을 만나면 피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는 느긋한 모습은 천적이 없는 안전한 상황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행동에 가깝습니다. 타고난 평화주의자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동물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Q. 카피바라가 악어와 친하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이만 같은 악어류는 카피바라의 실제 천적입니다. 함께 찍힌 영상은 포식자가 배가 불러 사냥을 하지 않는 순간이거나, 경험 없는 어린 카피바라가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가간 장면으로 해석됩니다. 자연에서 친하다는 개념보다 '공격하지 않은 순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Q. 카피바라 집에서 키울 수 있나요?
A.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암컷 기준 최대 90kg까지 자라는 대형 동물인데다, 수서동물 특성상 수영 가능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속털이 없어 겨울 추위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적절한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우며, 잘못된 환경에서의 사육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학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Q. 카피바라는 왜 다른 동물이 등에 올라타도 가만히 있나요?
A. 감정적으로 허용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 본능 때문입니다.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는 굳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 카피바라의 생존 전략입니다. 새가 등에 올라타는 것도 카피바라 털의 기생충을 먹기 위한 것이고, 거북이가 올라타는 것도 쉴 자리를 찾는 것에 가깝습니다. 서로 좋아서라기보다는 각자 필요를 채우는 공생 관계입니다.
결론
카피바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생각은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귀엽고 친화력 좋은 동물이라는 이미지는 사실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만든 부분이 크고, 실제로는 생존 본능과 공생 관계가 그 행동의 바탕에 있습니다. 동물의 행동을 이해할 때 귀여운 사진 한 장으로 성격을 단정 짓는 건 생태를 제대로 보는 데 방해가 된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카피바라에 관심이 생겼다면,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보다 서식지나 생태에 대해 더 공부해 보는 방향을 권합니다. 자연 속에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이 동물을 진짜 좋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