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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누군가 물에 빠지는 순간, 피라냐 떼가 달려들어 몇 초 만에 뼈만 남기는 장면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저도 오래전 그런 장면을 보고 "저게 진짜일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는 금방 잊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피라냐를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접하고 나서, 그 이미지가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피라냐 사진
    피라냐 사진

    피라냐를 둘러싼 소문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혹시 피라냐의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십니까? 놀랍게도 그 출발점은 한 명의 목격담이었습니다. 1913년, 미국의 전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남아메리카 아마존 탐험 중 목격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도시 전설처럼 퍼지면서 피라냐는 순식간에 '포식 괴물 물고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배경을 찾아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실제로 그 자리에서 피해를 입은 게 말이었는지 소였는지조차 기록이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목격자 한 명의 진술이 100년 넘게 이어지는 공포의 원형이 된 셈이죠.

    피라냐(Piranha)는 남아메리카의 강, 호수, 범람원(홍수 시 물이 차오르는 저지대 평야)에 주로 서식하는 민물고기입니다. 여기서 범람원이란 우기에 강물이 넘쳐 주변 사바나 지역까지 물이 차는 지형을 말하며, 이 환경이 피라냐의 분포와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브라질 원주민 투피족 언어로 피라냐는 '이빨 물고기'를 뜻하며, 현재 알려진 종만 90가지가 넘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 중 대부분이 사실 초식성이라는 겁니다. 과일이나 견과류를 먹는 종이 훨씬 많고, 공격적인 포식자로 알려진 붉은 피라냐(Red-bellied Piranha)도 상황에 따라 행동이 크게 달라집니다.

    피라냐의 무는 힘, 실제로 얼마나 강할까

    작은 크기를 보고 방심하는 분들이 많은데, 피라냐의 무는 힘은 실제로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제가 직접 실험 장면을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체중 1.6kg짜리 붉은 피라냐의 교합력(턱이 물체를 무는 힘)이 약 368N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여기서 교합력이란 턱 근육이 한 점에 가하는 압력 단위를 뉴턴(N)으로 표시한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강하게 무는 것을 의미합니다(출처: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이 수치가 왜 놀라운지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백상아리의 교합력은 약 9,400N으로 알려져 있는데, 피라냐가 백상아리와 같은 체중이라고 가정하면 교합력이 무려 네 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비밀은 하악 내전근(Adductor mandibulae)에 있습니다. 여기서 하악 내전근이란 아래턱을 위로 당겨 닫는 역할을 하는 근육으로, 피라냐는 두개골 양쪽에 이 근육이 유독 발달해 있어 체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무는 힘을 냅니다.

    이빨 형태도 중요합니다. 피라냐의 이빨은 삼각형의 날카로운 형태로, 살을 톱니처럼 잘라내는 구조입니다. 실험에서 피라냐 크기의 턱을 백상아리 크기로 환산해 수박, 나무, 벽돌, 콘크리트 블록 등에 적용했을 때 콘크리트가 깨끗하게 잘렸고 심지어 강철판도 구부러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크기가 작으니까 별거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피라냐의 위험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악 내전근이 발달해 체중 대비 교합력이 어류 중 최고 수준
    • 삼각형 이빨 구조로 살을 절단하는 데 특화
    • 집단으로 몰릴 경우 수백에서 수천 마리까지 군집 형성 가능
    • 건기에 수위가 낮아지고 먹이가 부족해질 때 공격성이 현저히 증가

    피라냐가 진짜 위험해지는 환경 조건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피라냐는 언제 실제로 위험해질까요? 저도 처음에는 '물속에 들어가면 무조건 위험한 것 아닌가?' 싶었는데, 서식 환경을 알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마존 유역의 강과 가이아나 고지대 수계는 계절에 따라 수위 변화가 극단적입니다. 우기(雨期)에는 수위가 높아지고 먹이가 분산되어 피라냐도 비교적 온순합니다. 반대로 건기(乾期)가 되면 수위가 낮아지면서 피라냐가 좁은 웅덩이에 밀집됩니다. 여기서 건기란 강수량이 극도로 줄어 수계의 수량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를 말합니다. 이때는 먹이가 부족해져 공격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실제로 건기 조건을 재현한 좁은 연못에 냉동 닭을 매달아 실험했을 때, 단 90초 만에 뼈만 남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소름이 돋았습니다. 작은 물고기 몇 마리가 그 속도로 살을 발라낼 수 있다는 게 직접 보기 전까지는 믿어지지 않았으니까요.

    반면 물의 양이 충분하고 먹이도 넉넉한 수조에서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도 피라냐가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수조 속에서 피라냐와 수영하는 실험을 진행했을 때, 피라냐는 오히려 사람을 피해 반대쪽으로 헤엄쳤습니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피라냐가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자신보다 큰 존재를 경계하는 군집 행동(Shoaling Behavior)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군집 행동이란 개체들이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 지어 이동하는 방어 전략을 말합니다. 피라냐가 떼를 짓는 이유가 '공격'보다는 '생존'에 가깝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출처: Smithsonian Tropical Research Institute).

    인간이 개입해 생태 데이터를 수집하는 카이만 보존 프로젝트 사례처럼, 자연에서 위험 동물을 다룰 때는 환경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피라냐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위험하다"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위험해지는가"를 봐야 올바른 이해가 됩니다.

    결국 피라냐는 극적인 조건이 겹쳤을 때만 인간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됩니다. 건기, 밀집된 군집, 먹이 부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맞물릴 때 비로소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한 상황이 가능해집니다. 제 생각에는 자연을 이해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피라냐가 아니라, 단편적인 이미지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아마존 강가에서 현지 주민들이 아무렇지 않게 수영하는 이유가 있고, 동시에 건기의 좁은 웅덩이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 이유도 있습니다. 두 사실이 모두 맞습니다. 다음에 아마존 생태계 관련 내용을 접할 때, 이 조건 차이를 한 번 떠올려 보시면 훨씬 다른 시각으로 읽힐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W3FV9pewhw&list=PLKjlFOzVx8griZEm-AdMASX66r2NnSVb8&inde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