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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표면의 대기압은 지구 해수면 기준의 0.6%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상 진공에 가까운 환경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서야 화성 탐사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미션인 도전이라는 게 와닿았습니다.

    화성 사진
    화성 사진

    게일 분화구가 품고 있는 과거의 물

    큐리오시티(Curiosity) 탐사 로봇은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금까지 게일 분화구 안을 탐사하며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로봇이 발견한 암석의 모양이었습니다. 표면이 둥글게 마모된 조약돌 형태의 돌들이 발견됐는데, 이는 오랜 시간 물의 흐름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입니다. 바람으로는 이런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습니다.

    여기서 퇴적층(sedimentary layer)이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퇴적층이란 물이나 바람 등 외부 힘에 의해 운반된 물질이 쌓여 굳어진 지층을 말하는데, 게일 분화구 안의 샤프산(Mount Sharp)은 바로 이 퇴적층이 수십억 년에 걸쳐 쌓인 결과물입니다. 약 38억 년 전 운석 충돌로 형성된 이 분화구는 한때 호수였고, 강물이 흘러들어오면서 주변 지형을 침식했습니다. 지금 샤프산의 높이가 곧 당시 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보다 직접 위성사진을 보면서 들을 때 훨씬 실감이 납니다. 가족과 함께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화성이 그냥 붉은 돌덩이가 아니라 한때 생동감 넘쳤던 행성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꽤 오래 멍하게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용암동굴이 거주지가 되는 이유

    화성에서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극복해야 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 대기압: 지구 해수면 대비 0.6% 수준으로 사실상 호흡 불가
    • 기온: 극지방 기준 영하 126도까지 하강
    • 방사선: 지구 대비 최대 250배에 달하는 방사선 노출
    • 먼지폭풍: 한 번에 수주 간 지속되는 전 행성 규모의 폭풍

    이 조건들을 보고 나서 저는 화성 여행을 로망으로 생각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국내 여행만 가도 숙소 하나 예약하는 데 꼼꼼히 따지는 편인데, 화성은 숙소 문제가 아니라 공기와 온도와 방사선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 문제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파보니스 몬스(Pavonis Mons) 화산 인근의 용암동굴입니다. 용암동굴(lava tube)이란 화산 활동 당시 용암이 흐르면서 표면은 굳고 내부의 용암이 계속 흘러나가 형성된 자연 터널 구조를 말합니다. 지구의 하와이에서도 같은 구조를 확인할 수 있으며, 화성의 용암동굴은 규모가 지구보다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사선 차단 효과는 물론, 먼지폭풍도 막아주는 데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 거주지로서의 잠재력이 높습니다.

    파보니스 몬스 서쪽 경사면에서는 폭 약 35m, 깊이 30m의 동굴 구멍(스카이라이트)이 발견됐습니다. 지하 거주 공간에서 이 구멍을 통해 화성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상상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척박한 생존 환경 속에서도 화성의 일출이나 포보스(Phobos), 데이모스(Deimos) 같은 화성의 위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탐험의 낭만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화성 남극의 스파이더 지형과 살아있는 기후

    화성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변화 없는 죽은 행성이 아닙니다. 화성 남극의 극관(polar cap)이 계절마다 보여주는 변화는 그 증거입니다. 극관이란 행성의 극지방에 형성된 얼음과 드라이아이스의 집합체를 말하는데, 화성 남극의 극관은 폭 400km, 두께 3km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화성의 봄이 오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반투명한 드라이아이스 층 아래로 태양빛이 투과되면서 그 아래의 토양이 가열되고, 이산화탄소 가스가 폭발적으로 분출됩니다. 이 가스가 드라이아이스 층을 뚫고 나오면서 먼지와 함께 어두운 분출 흔적을 만들어냅니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어두운 분수가 솟구치는 것처럼 보이죠.

    이 과정이 수천 년에 걸쳐 반복되면서 형성된 것이 바로 스파이더(spider) 지형입니다. 스파이더 지형이란 가스 분출이 반복되며 만들어진 방사형 침식 구조로, 중심부에서 여러 개의 긴 홈이 뻗어 나가는 형태가 마치 거미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다리 하나의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기도 하며, 이 정도 규모로 자라려면 화성 기준으로 천 년 이상이 걸립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기 스케일의 자연 현상은 숫자로 들을 때와 직접 위성사진으로 볼 때의 감동이 완전히 다릅니다.

    나사(NASA)는 화성 정찰 위성(MRO, Mars Reconnaissance Orbiter)을 통해 이 지형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MRO란 2006년부터 화성 궤도를 돌며 지표면을 정밀 촬영하는 위성으로, 현재까지 화성 표면에 대한 가장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탐사선입니다(출처: NASA).

    테라 시레넘의 소금층과 생명체 가능성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기에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테라 시레넘(Terra Sirenum)입니다. 이곳에는 고대 호수와 연못이 증발하며 남긴 소금 광상(salt deposit)이 200개 이상 확인됩니다. 소금 광상이란 물이 증발한 자리에 광물 염류가 결정화되어 쌓인 지층을 말하는데, 지구에서도 이런 환경의 극한 소금호수에서 생존하는 미생물들이 발견됩니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 연구자들은 지구의 초건조 사막, 예컨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소금 지층에서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추출하여 화성 환경 조건을 모사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이란 지구 밖 환경에서의 생명 존재 가능성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화성의 소금층은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 중 하나입니다.

    저는 예전에 외계 생명체 이야기를 들으면 SF 영화나 UFO 음모론부터 떠올렸는데, 이 연구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접근하는 방식은 훨씬 현실적이고 치밀합니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냐 없냐를 묻기 전에,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생명이 가능한지를 먼저 지구에서 검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의 엑소마스(ExoMars) 프로그램 역시 이 가능성을 탐색하는 핵심 프로젝트입니다. 지하 2m까지 드릴링하여 방사선이 닿지 않는 층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화성 표면에서 활동한 탐사선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입니다(출처: ESA).

    만약 테라 시레넘의 소금층 아래에서 미생물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인류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겁니다.

    화성 탐사의 의미는 결국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게일 분화구의 말라버린 강바닥부터 테라 시레넘의 소금 결정까지, 화성은 그 질문에 대한 단서들을 곳곳에 묻어두고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인류가 화성으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언젠가 화성의 붉은 흙 위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발견의 씨앗은 지금 이 시대의 연구자들이 뿌리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KWX_bfwt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