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밍고는 최대 80년을 살면서 매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번식지를 찾아다니는 진짜 유목민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 플라밍고를 동물원에서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새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 생태를 알고 나니 그 인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예쁜 분홍빛 뒤에 이렇게 치열한 생존 전략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전설이 된 새, 그 배경에 있는 것플라밍고의 학명은 Phoenicopterus roseus입니다. 여기서 Phoenicopterus란 그리스어로 '불사조의 날개'를 뜻하는데, 고대 지중해 문명들이 이 새를 불사조나 태양의 새로 여겼던 이유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스페인 루칸 동굴에는 약 7,000년 전 선사시대 화가가 그린 플라밍고 암각화가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로마인들은 플라밍고가 ..
솔직히 저는 벌새를 그냥 예쁜 새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꽃 사이를 빠르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꿀을 두 시간만 먹지 못해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고는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이토록 치열한 생존이 숨어 있다는 걸,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신진대사: 벌새가 잠시도 쉬지 못하는 이유벌새가 유독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성격이 급해서가 아닙니다. 벌새는 지구상에서 신진대사율(Metabolic Rate)이 가장 높은 동물에 속합니다. 여기서 신진대사율이란 몸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속도를 의미하는데, 벌새의 경우 이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아 단 두 시간만 먹이를 먹지 못해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부티드 라켓테일(Booted Racket..
눈이 유난히 크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처음 안경원숭이를 봤을 때 딱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 된 뒤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몸무게 100g짜리 작은 몸으로 밤새 숲을 지배하는 포식자라는 사실, 막상 접하면 꽤 놀랍습니다.야행성 사냥꾼 — 100g 몸으로 밤을 지배하는 방법안경원숭이는 야행성(nocturnal) 영장류입니다. 여기서 야행성이란 낮에는 잠을 자고 해가 진 뒤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생활 패턴을 의미합니다. 필리핀 타코코 국립공원에서 관찰된 개체들을 보면, 어둠이 내리는 시점부터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하루 이동 거리가 최소 1만 미터에서 최대 4만 미터에 달합니다..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으면 천하무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르마딜로는 진피 골판(dermal ossification)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력이 극도로 약하고, 악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저는 오랫동안 갖고 있던 '강한 방어막 = 안전'이라는 공식이 자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갑옷 달고 코로 사냥한다 — 아르마딜로의 진짜 생존 전략아르마딜로의 등을 덮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는 진피 골판(dermal ossification)으로 구성된 구조입니다. 여기서 진피 골판이란 피부 조직 안에서 뼈처럼 단단하게 굳은 판 형태의 조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살 속에서 직접 만들어진 천연 갑옷인 셈이죠. 웬만한 포식자의 ..
숲 속 개미 행렬이 그냥 먹이를 옮기는 줄 알았다면, 그 아래 땅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겁니다. 저도 산길에서 개미 행렬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본 건 어마어마한 전쟁의 일부였습니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땅속에서는 왕국의 지배권을 둘러싼 침략과 기생, 그리고 놀라울 만큼 정교한 협력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땅속 왕국의 구조, 생각보다 훨씬 정교합니다곰개미 왕국의 기본 구조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저는 꽤 오래 멍했습니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평생 수십만 개의 알을 낳고, 일개미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그 알과 애벌레를 돌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영양교환(trophallaxis)이라는 행동입니다. 영양교환이란 개미가 여분의 위에 영양분을 농축해..
뉴질랜드는 약 8천만 년 동안 다른 대륙과 단절된 채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해 온 땅입니다. 숲 속에 펭귄이 살고 눈 덮인 산에 앵무새가 사는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히 "신기하다"는 생각을 넘어 뭔가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름다운 장면 뒤에 오랜 고립과 최근의 파괴가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8천만 년 고립이 만든 섬 생물지리학일반적으로 뉴질랜드를 떠올리면 청정 자연과 아름다운 피오르드랜드 풍경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제가 관련 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아름다움이 단순한 지리적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뉴질랜드는 약 8천만 년 전 거대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에서 분리됐습니다. 여기서 곤드와나란 오늘날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남극 대륙, 호주 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