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유난히 크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도 처음 안경원숭이를 봤을 때 딱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동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게 된 뒤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몸무게 100g짜리 작은 몸으로 밤새 숲을 지배하는 포식자라는 사실, 막상 접하면 꽤 놀랍습니다.야행성 사냥꾼 — 100g 몸으로 밤을 지배하는 방법안경원숭이는 야행성(nocturnal) 영장류입니다. 여기서 야행성이란 낮에는 잠을 자고 해가 진 뒤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생활 패턴을 의미합니다. 필리핀 타코코 국립공원에서 관찰된 개체들을 보면, 어둠이 내리는 시점부터 먹이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하루 이동 거리가 최소 1만 미터에서 최대 4만 미터에 달합니다..
솔직히 저는 오래전까지 도마뱀이 벽을 타는 건 그냥 발바닥이 끈적거려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원리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만들어 낸 나노 구조가, 지금 반도체 공장과 병원 수술실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인간보다 먼저 답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나노구조: 자연이 먼저 설계한 첨단기술개코도마뱀 발바닥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섬모(setae)가 빼곡히 자라 있습니다. 여기서 섬모란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가는 실 모양의 미세 돌기를 말하는데, 그 굵기가 200~500나노미터(nm)에 불과합니다. 1나노미터는 1미터의 10억 분의 1이니, 얼마나 작은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정도입니다.이 섬모 하나하나의 접착력은 사실 아주 약합니다. 그런..
카멜레온의 혀는 머리와 몸통을 합친 길이보다 깁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어?" 하고 소리를 냈을 정도였습니다. 느릿느릿 기어 다니던 녀석이 0.1초도 안 되는 순간에 혀를 쏘아 메뚜기를 낚아채는 모습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색을 바꾸는 동물이라는 이미지 뒤에 이렇게 정교한 사냥 기계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카멜레온 혀 구조 — 몸보다 긴 무기의 비밀카멜레온의 혀 길이가 몸통 전체를 넘는다는 사실은 그냥 "신기하네" 하고 넘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카멜레온은 혀를 발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0.07초에 불과합니다. 이 속도는 인간의 눈이 순간을 인식하는 속도보다 빠릅니다.제가 처음 다큐멘터리에서 이 장면을 봤을 때, 한눈을 팔다가 ..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처음으로 딸기독화살개구리를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화려한 색을 가진 동물은 그냥 예쁘게 태어난 것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코스타리카 정글 한복판에서 빨간 몸으로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이 개구리가 오히려 "나는 위험하다"고 온몸으로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함이 생존 전략이라는 사실이 그때 꽤 강하게 머릿속에 박혔습니다.경고색, 왜 눈에 띄는 게 유리할까대부분의 동물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보호색(保護色), 즉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몸을 숨깁니다. 여기서 보호색이란 포식자의 시각을 속이기 위해 배경과 유사한 색이나 무늬를 띠는 적응 형질을 말합니다. 그런데 딸기독화살개구리는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초록으로 가득한 코스타리카 열대우림..
오리너구리를 처음 발견한 영국 해군 장교가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본국에 보냈을 때, 과학자들은 사기라고 단정했습니다. 비버 몸통에 오리 부리, 물갈퀴까지 달린 생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거죠. 솔직히 저도 처음 이 동물을 봤을 때 "이게 진짜 동물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이없어 보이는 생김새 뒤에는, 1억 6천만 년의 진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알을 낳는 포유류, 단공류의 진화 역사오리너구리가 왜 그렇게 어중간해 보이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그 답은 약 3억 4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물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온 척추동물들은 알이 건조해지는 걸 막기 위해 껍질로 둘러싸인 양막란(amniotic egg)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양막란이란 배아가 수분을 ..
수달이 강에만 산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남 통영 어촌마을 선착장에서 수달이 배에 올라 장어를 훔쳐 먹고, 양식장 우럭을 사냥해 가는 장면을 접하고 나서 그 상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멸종위기 1급 보호종인 수달이 바다에 살고 있고, 어민들의 생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밤 선착장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예전에 통영 쪽 어촌마을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낮에는 그물을 손보고 배를 정비하는 평범한 생활공간으로 보였던 선착장이, 밤이 되자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양이가 나오고, 물고기 비린내를 따라 크고 작은 동물들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겼는데, 수달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그 밤 선착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