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는 수족관에서나 보는 열대 생물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 생각이 절반은 틀렸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해초 숲에도 해마가 살고 있습니다. 저도 거문도 여행 중 바닷가 어르신께 "옛날엔 해초 걷어 올리면 이상하게 생긴 작은 물고기가 딸려 올라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그냥 신기한 옛날 이야기쯤으로 흘려 들었습니다. 그게 해마 이야기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을 때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우리 바다의 해마 서식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많은 분들이 해마를 동남아 다이빙 투어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로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전남 거문도 앞바다 수심 5m 안팎의 모자반 군락에서 왕관해마가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왕관해마란 머리 위에 솟아오른 관(冠) 모양의 돌기가 특징인 종으로, 이름도 그 모습..
땅돼지(아드바크)는 매일 밤 약 5만 마리의 곤충을 먹어야 하루 에너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처음 다큐멘터리에서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토끼 귀에 돼지코, 곰 발톱이 한 몸에 붙어 있는 이 동물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외형만 봐서는 도저히 짐작이 안 됐으니까요.아드바크 생태 — 프랑켄슈타인 같은 외형이 만들어낸 완벽한 생존 기계땅돼지는 관치목(管齒目, Tubulidentata)에 속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여기서 관치목이란 이름 그대로 관(管) 모양의 이빨 구조를 가진 독립된 포유류 분류군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지구상 어떤 동물과도 계통적으로 가깝지 않은, 진화의 외딴섬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단순히 생김새가 특이한 동물이 ..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으면 천하무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르마딜로는 진피 골판(dermal ossification)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력이 극도로 약하고, 악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저는 오랫동안 갖고 있던 '강한 방어막 = 안전'이라는 공식이 자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갑옷 달고 코로 사냥한다 — 아르마딜로의 진짜 생존 전략아르마딜로의 등을 덮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는 진피 골판(dermal ossification)으로 구성된 구조입니다. 여기서 진피 골판이란 피부 조직 안에서 뼈처럼 단단하게 굳은 판 형태의 조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살 속에서 직접 만들어진 천연 갑옷인 셈이죠. 웬만한 포식자의 ..
솔직히 저는 카피바라가 정말 세상 모든 동물과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악어 등 위에 올라탄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싶었고, 이 동물이 그냥 타고난 평화주의자라고 단정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직접 찾아보고 동물원에서 가까이서 만나고 나서야 제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악어와 찍힌 사진, 진짜 친구일까요인터넷에서 카피바라가 유명해진 결정적인 장면은 아마 카이만 위에 올라탄 영상일 겁니다. 여기서 카이만(Caiman)이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악어의 일종으로, 다 자란 개체는 몸무게가 400kg을 훌쩍 넘습니다. 카피바라 암컷 한 마리가 보통 80~90kg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카이만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냥감입니다.제가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는 그냥 ..
웜뱃은 최대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통통하고 느긋해 보이는 그 모습으로 우사인 볼트와 맞먹는 순간 속도를 낼 수 있다니요. 영상을 보기 전까지 저는 웜뱃을 그냥 '귀여운 호주 동물'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오랜 진화가 빚어낸 생존 전문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겉모습에 속지 마세요 — 웜뱃의 생존전략웜뱃을 처음 동물원에서 봤을 때, 하루 종일 늘어져 있는 모습에 '정말 게으른 동물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 완전한 오해였습니다. 웜뱃은 야행성 동물입니다. 여기서 야행성이란 낮 동안은 굴 속에서 체온과 에너지를 보존하고, 밤이 되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생태 패턴을 말합니다. 제가 동물원에서 본 낮의 웜뱃은 그냥 ..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처음 천산갑을 봤을 때, 저는 솔직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해설을 듣는 순간 표정이 굳었습니다. 자연에서 사자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동물이, 인간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잡혀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천산갑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법 거래되는 포유동물로, 최근 10년간 밀렵된 개체 수가 100만 마리를 넘습니다. 자연의 완벽한 방어자가 왜 인간 앞에서만 무력한지,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불편한 지점이 나옵니다.갑옷을 입고 태어난 동물, 천산갑의 생존전략천산갑은 아프리카에 4종, 아시아에 4종, 총 8종이 서식하는 포유동물입니다. 몸무게는 종에 따라 약 1.8kg에서 33kg까지 차이가 크고, 외형은 마치 솔방울이 걸어 다니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