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인도와 스리랑카의 종교 유적을 그냥 "오래된 관광지"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큰 사고 현장에서 종교에 기대 버티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온 뒤로, 이 유적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이란 결국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 돌과 진흙과 대리석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두르가 신앙과 시기리아: 인간의 욕망과 숭배가 빚어낸 유산인도 콜카타(캘커타)에서는 매년 10월 두르가 푸자(Durga Puja)라는 대규모 축제가 열립니다. 두르가 푸자란 힌두교의 여신 두르가를 기리는 의례로, 악마를 물리친 전사 여신을 진흙으로 빚어 숭배한 뒤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두르가란 산스크리트어로 "접근하기 어려운 자"를 뜻하..
솔직히 저는 비단길을 그냥 옛날 장사꾼들이 물건 나르던 길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다룬 다큐를 밤늦게 혼자 보다가,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마르칸트의 푸른 타일 앞에서 괜히 마음이 오래 머물렀고, 그 감정이 어디서 온 건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믿음과 기술이 이 길을 따라 흘렀다는 사실, 혹시 여러분은 그 무게를 한 번이라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레기스탄과 이맘 사원, 아름다움 뒤에 숨은 이야기사마르칸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레기스탄 광장입니다. 레기스탄(Registan)이란 페르시아어로 '모래 광장'을 뜻하는데, 중세 시대 종교와 교육, 상업 권력이 한자리에서 만나던 도시의 심장부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광장의 영상을 봤을 때 솔직히..
유적지 앞에서 감동을 못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분명히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오래된 돌덩어리 앞에 서서 "이게 다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돌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같은 공간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페트라, 예루살렘, 랄리벨라. 이 세 곳은 그 변화를 제일 극적으로 느끼게 해 준 장소들입니다.바위를 깎아 신에게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요르단의 페트라는 기원전 1세기 나바텐족(Nabataean)이 건설한 도시입니다. 나바텐족이란 아라비아 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상인 민족으로, 당시 지중해와 아라비아를 잇는 주요 교역로를 장악했던 집단입니다. 그들이 남긴 알카즈넷(Al-Khazneh)은 수직 절벽을 통째로 깎아 만든 건축물로,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 건물은 아프리카 말리에 있습니다. 1907년에 완공된 제네 대사원이 그것인데, 저는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진흙이라는 재료와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쉽게 겹쳐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 건물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기후와 싸워온 인간의 생존 공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대건축 - 투박함 뒤에 숨겨진 설계 논리제네 대사원은 일소형 어도비(Adobe) 공법으로 지어졌습니다. 어도비란 햇볕에 말린 진흙 벽돌을 쌓고, 그 위에 주기적으로 진흙을 덧발라 보수하는 전통 건축 방식을 말합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흙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이 방식이 수백 년을 버텨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제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장비나 최신 시스템보다 오히..
솔직히 저는 아서왕을 오랫동안 그냥 칼 잘 뽑는 왕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멀린 정도가 전부였죠. 그런데 이 전설의 뿌리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아서왕은 특정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혼란한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이 만들어낸 집단적 열망이었다는 것을.켈트족이 아서를 만든 이유5세기 무렵, 로마 제국이 브리튼 섬에서 철수한 뒤 앵글로색슨족이 독일 북부에서 배를 타고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켈트계 브리튼 원주민들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밀려났고, 결국 오늘날의 웨일즈와 콘월 지역에 몰리게 됩니다. 이 시기에 탄생한 게 바로 구전 전승(oral tradition)의 아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구전 전승이란 문자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을 말하는데,..
큰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을 때, 저는 "하면 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이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계속 불안했습니다. 야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불안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무려 3,000년 넘게 전해 내려온 이 신화가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라는 걸, 직접 살펴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떠밀린 영웅, 야손의 출발야손의 이야기는 화려한 영웅의 탄생이 아니라 왕위 찬탈에서 시작됩니다. 사악한 삼촌 펠리아스가 이올코스 왕국을 빼앗고, 야손은 그리스 중부의 산 펠리온으로 달아나 켄타우로스(Centauros) 케이론에게 길러집니다. 켄타우로스란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의 형태를 한 그리스 신화 속 존재로, 케이론은 그중 가장 지혜롭고 학식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킬레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