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정작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느낌, 한 번쯤 받아보셨을 겁니다. 저도 오래전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처음엔 딱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자연과 신앙, 두려움과 믿음을 어떻게 돌과 흙과 깃털에 새겨 넣었는지, 남아메리카 문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답의 일부를 만나게 됩니다.마추픽추, 자연을 정복한 게 아니라 자연 속에 들어간 도시해발 2,353m. 수레도 없고 바퀴도 없던 문명이 안데스 산맥 꼭대기에 도시를 세웠다는 사실은 직접 들여다볼수록 더 놀랍습니다. 잉카의 왕 파차쿠티 잉카가 1460년대에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 마추픽추는 약 200채의 건물에 천여 명이 거주한 도시입니다. 저는..
솔직히 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오래됐고 유명한 곳"쯤으로 흘려들었습니다. 앙코르와트나 보로부두르 같은 이름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그 시대 사람들의 믿음과 죽음관, 권력 구조까지 한 건물 안에 압축해 놓은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건물 하나가 우주를 담는 방식, 보로부두르와 만다라 구조처음 보로부두르 사진을 봤을 때는 그냥 거대한 계단식 피라미드처럼 보였습니다. 뭔가 웅장하긴 한데,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한 건지는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위치한 9세기 불교 사원으로, 스투파(stupa) 형식의 건축물입니다. 여기서 스투파란 불교에서 깨달음이나 열반을 상징하는 반구형 혹은 탑 ..
일본이나 중국 하면 "역사가 깊은 나라"라는 말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갔을 때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뒤 골목 안에 조용히 자리한 신사,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상인. 현대와 전통이 충돌하지 않고 그냥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사무라이 검과 히메지성, 그리고 중국의 병마용까지,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사무라이 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습니다일반적으로 사무라이 검은 전쟁 도구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장인이 검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0일입니다. 철을 고르고, 1,300도까지 가열하고, 두드리고, 진흙을 바르고, 담금질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건 물건을 만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인도와 스리랑카의 종교 유적을 그냥 "오래된 관광지"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큰 사고 현장에서 종교에 기대 버티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온 뒤로, 이 유적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이란 결국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 돌과 진흙과 대리석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두르가 신앙과 시기리아: 인간의 욕망과 숭배가 빚어낸 유산인도 콜카타(캘커타)에서는 매년 10월 두르가 푸자(Durga Puja)라는 대규모 축제가 열립니다. 두르가 푸자란 힌두교의 여신 두르가를 기리는 의례로, 악마를 물리친 전사 여신을 진흙으로 빚어 숭배한 뒤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두르가란 산스크리트어로 "접근하기 어려운 자"를 뜻하..
솔직히 저는 비단길을 그냥 옛날 장사꾼들이 물건 나르던 길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다룬 다큐를 밤늦게 혼자 보다가,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사마르칸트의 푸른 타일 앞에서 괜히 마음이 오래 머물렀고, 그 감정이 어디서 온 건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믿음과 기술이 이 길을 따라 흘렀다는 사실, 혹시 여러분은 그 무게를 한 번이라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레기스탄과 이맘 사원, 아름다움 뒤에 숨은 이야기사마르칸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레기스탄 광장입니다. 레기스탄(Registan)이란 페르시아어로 '모래 광장'을 뜻하는데, 중세 시대 종교와 교육, 상업 권력이 한자리에서 만나던 도시의 심장부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 광장의 영상을 봤을 때 솔직히..
유적지 앞에서 감동을 못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분명히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오래된 돌덩어리 앞에 서서 "이게 다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돌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나면, 같은 공간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페트라, 예루살렘, 랄리벨라. 이 세 곳은 그 변화를 제일 극적으로 느끼게 해 준 장소들입니다.바위를 깎아 신에게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요르단의 페트라는 기원전 1세기 나바텐족(Nabataean)이 건설한 도시입니다. 나바텐족이란 아라비아 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상인 민족으로, 당시 지중해와 아라비아를 잇는 주요 교역로를 장악했던 집단입니다. 그들이 남긴 알카즈넷(Al-Khazneh)은 수직 절벽을 통째로 깎아 만든 건축물로,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