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자의 평균 재위 기간은 고작 2년 남짓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왕 중의 왕이라는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으니까요. 사자와 하이에나 중 누가 더 강한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구조가 더 오래 살아남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들었습니다.사바나 생태계, 두 동물의 서로 다른 판사자를 '동물의 왕'으로 부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표현이 절반쯤은 인간의 감정이 투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마사이마라 국립 보호구역처럼 실제 사바나 생태계에서는 위엄보다 적응력이 생존을 결정합니다. 사자 무리는 화강암 바위산처럼 새끼가 숨기 좋고 주변에 물웅덩이가 있는 거점을 중심으로 세력권, 즉 텃세권(territory)을 유지합니다. 여기서 텃세권이란 먹이와 번식 자원을 독점적으로 활..
범고래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TV에서 범고래가 새끼 고래를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장면을 보고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최근 범고래 연구들을 접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를 절감했습니다.무리마다 다른 말을 쓴다 — 범고래의 방언범고래가 무리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고래 소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북쪽 무리와 남쪽 무리의 음파 스펙트럼을 비교하면 서로 확연히 다른 패턴이 나온다고 합니다.여기서 음파 스펙트럼이란 소리를 주파수별로 분해해 시각화한 그래프로, 쉽게 말해 소리의 '지문' 같은 것입니다..
몽골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아마 대부분 기마병과 칭기즈칸, 그리고 불태우며 지나간 정복 전쟁일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세계사 공부를 하던 시절에도 몽골은 '파괴하고 쓸어버린 제국' 정도로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쿠빌라이의 통치 방식을 들여다보니, 그 이미지가 상당 부분 빗나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쿠빌라이가 그린 세계관, 지도 한 장에 담긴 야망2003년 일본 시마바라의 한 사찰에서 가로 2.8m, 세로 2.2m짜리 지도 한 장이 공개되었습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라는 이름의 이 지도는, 유라시아 전 대륙은 물론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윤곽이 담긴 세계 지도입니다. 교토대학 주관 아래 중국,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역사·지리학 전문가 ..
화성 표면의 대기압은 지구 해수면 기준의 0.6%에 불과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그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상 진공에 가까운 환경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서야 화성 탐사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미션인 도전이라는 게 와닿았습니다.게일 분화구가 품고 있는 과거의 물큐리오시티(Curiosity) 탐사 로봇은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금까지 게일 분화구 안을 탐사하며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로봇이 발견한 암석의 모양이었습니다. 표면이 둥글게 마모된 조약돌 형태의 돌들이 발견됐는데, 이는 오랜 시간 물의 흐름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형태입니다. 바람으로는 이런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흐릿하게만 보이던 별들이 그날은 손에 닿을 것처럼 가득했고, 저는 한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블랙홀을 공부하고 나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빛들 사이 어딘가에, 우리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섬뜩하면서도 경이로웠습니다.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나는가저도 처음엔 블랙홀이 그냥 우주 어딘가에 구멍처럼 뚫려 있는 존재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별의 죽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고 나서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태양 질량의 20배 이상 되는 거대한 별은 수백만 년 안에 핵융합 연료를 소진합니다. 핵융합(nuclear fusion..
솔직히 저는 북극곰을 그냥 귀엽고 하얀 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가족들과 주말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아, 새끼가 귀엽다" 정도가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카메라맨이 플라스틱 얼음 상자 안에 들어가 북극곰과 코앞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동물 영상이 아니었습니다.플라스틱 상자 하나로 북극곰과 마주하다야생동물 카메라맨 피오 캐넌이 북극 촬영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꽤 무모해 보였습니다. 투명 플라스틱 얼음 상자 안에 들어가 북극곰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가 아니라 화면으로만 봐도 식은땀이 날 정도였습니다.북극곰은 후각이 인간보다 수천 배 발달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상자 문 쪽 틈새로 냄새를 집중적으로 맡으며 접근..